아래는 단단하게 버티고 있고 위는 열려 있다.
흙 위로 번진 푸른 흔적들은 무언가를 칠하려다 멈춘 것처럼 남아 있다.
이 오브제는 말을 걸지 않는다. 대신 시선을 조금 멀리 보낸다.
창밖이나 벽 너머, 아직 닿지 않은 풍경 쪽으로.
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고 다시 내려가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.
그 애매한 높이에서 바람만 지나가는 시간을 닮았다.
산끝자락은 공간에 풍경 하나를 놓는 일에 가깝다.
감정이 아니라 지금의 자리만 조용히 드러낸다.